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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체처리반… 北에서 850구를 버렸다”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21 17:02

50대 탈북자 이수복씨의 충격 증언
매일 시신 1~2구씩 마대·비닐에 담겨 들어와, 교화소 내부에서도 시신보관실은 비밀 시설 주변의 쥐들 피둥피둥 길이가 30㎝ 되는 것도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와 체액으로 질퍽해진 바닥을 걸어본 적 있습니까. 나는 매일 그랬습니다. 시신을 뜯어 먹고 살이 푸둥푸둥 찐 쥐를 본적 있습니까. 나는 매일 봤습니다."

이수복(55)씨는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 있는 전거리교화소 수감 시절에 시신 처리를 담당했다. 북한의 교화소는 우리나라의 교도소와 비슷한 곳으로 정치범·경제사범 등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교화소에서는 시신을 50~60구씩 쌓아 두었다"며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고 그때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씨는 1990년대 중반 먼저 탈북한 이복동생으로부터 생활자금을 받은 것이 보위부에 발각돼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했고 교화소로 끌려갔다. 이씨는 '밀수범'이라는 죄목으로 전거리교화소에서 1999년 6월부터 2001년 1월까지 복역했다. 이후 북한에서 외화벌이사업을 하다 '반동'으로 몰렸고, 작년 8월 탈출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이씨는 1년6개월가량 교화소에서 850여구의 시신을 처리했다고 한다. 당시 전거리교화소 수용인원은 최대 1200명 정도였다. 그가 일했던 시신보관소는 가로·세로 3m 정도의 시멘트 바닥이었다. 죄수들은 영양 상태가 극도로 나빴고, 병이 나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거의 매일 마대나 비닐자루에 담긴 시신이 1~2구씩 들어 왔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교화소에서 시신처리 담당자로 일했던 탈북자 이수복(55)씨. 1년 6개월 동안 시신처리 담당자로 일하며 굶주림·질병·고문 등으로 숨진 시신 850여구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석우 기자
시신은 쌓아 두었다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화장터로 시신을 실어가는 트럭이 오면 옮겨 담아서 처리했다. 그는 "시신을 바로 화장하지 않고 쌓아 둔 것은 시신 운반 트럭의 연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처럼 처참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21일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침해센터에 접수했다. 22일로 개소 100일째를 맞는 북한인권침해센터에는 23건(진정인 수 718명)의 진정이 접수됐다.

그는 시신들을 파먹고 사는 쥐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시신을 먹고 사는 쥐들은 몸통길이만 30㎝ 정도 되는 놈도 있을 정도로 살 찌고 컸어요. 시신을 쌓아 놓고 며칠이 지나면 쥐나 구더기가 다 파먹어 버려 시신이 가벼워졌습니다."

교화소 내부에서도 시신보관실은 비밀 시설이었다고 했다. 교화소 병원 옆에 붙어 있는 시신보관실 옆에는 항상 무장한 군인이 지키고 있었고, 일반 수감자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이씨는 교화소에서 죽음은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배가 고파 노역을 하다 그냥 쓰러지거나 산에서 독초를 캐 먹다 죽는 일도 많았다"며 "고문을 당하거나 맞아 죽는 경우도 흔했다"고 했다.

수감자가 죽어나가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씨는 "교화소 수감자들은 어차피 반동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감자들이 죽는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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